11개월째, 슬라이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1개월 동안 3D프린터 슬라이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슬라이서의 이름이나 화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제 슬라이싱과 G-code 생성을 담당하는 핵심 엔진을 직접 개발하고 있습니다.
3D프린팅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습니다. 프린터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고 판매했으며, 고객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수리하고 대형 출력물을 직접 생산하면서 수많은 모델과 출력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됐습니다. 화면에서는 멀쩡한데 왜 실제 출력에서는 문제가 생기는지, 왜 어떤 형상에서는 서포터가 과도하거나 부족하게 생기는지, 왜 작은 설정 변경이 장시간 출력 전체를 무너뜨리는지 말입니다. 그런 생각들이 쌓여 결국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외부 개발환경은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미라클슬라이서의 핵심 슬라이싱 엔진과 기능은 외부 슬라이서 코드를 섞지 않고 독자적으로 개발해 왔습니다. 기반 환경을 모두 새로 만드는 대신, 실제 출력 판단과 경로 생성이라는 핵심에 개발 역량을 집중한 것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슬라이서는 지금의 크기를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널리 사용되는 슬라이서가 처음 개발되던 시점에는 3D프린터가 오늘날처럼 용도에 따라 얼마나 커지고 다양해질지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의 주된 사용 환경은 데스크톱급 소형 장비였고, 그 조건을 중심으로 기본 구조와 판단 기준이 발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후 프린터 프로필의 작업영역 숫자를 키우면서 더 큰 장비도 등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작업영역의 좌표를 넓히는 것과 장비 대형화로 달라지는 프린팅 환경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좌표 범위의 확대
베드 폭·깊이·높이를 더 큰 숫자로 설정해 노즐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정의합니다.
프린팅 환경의 변화
이동거리, 한 레이어 시간, 열 편차, 수축과 워핑, 장시간 안정성, 실패 비용이 함께 달라집니다.
작은 오류의 누적
소형 출력에서 눈에 띄지 않던 불필요한 경로나 판단 오차가 대형 출력에서는 수시간·수일의 손실로 커질 수 있습니다.
장비별 실제 운용
노즐·라인폭·압출 성능·시작과 종료 동작·작업자의 관리 리듬까지 장비 조건에 맞아야 합니다.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출력 환경을 이해하는 슬라이서는 다릅니다.미라클슬라이서는 이 차이를 처음부터 지원 범위에 포함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형 장비용이 아니라, 폭넓게 실질 지원하는 슬라이서
미라클슬라이서를 대형 3D프린터 전용 슬라이서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형 장비를 직접 만들고 운용해 온 경험은 개발의 강한 기반이지만, 목표는 특정 크기에 사용자를 가두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프린터는 작은 프린터답게, 큰 프린터는 큰 프린터답게. 장비의 크기와 용도, 실제 출력 환경이 달라지면 그 차이를 판단에 반영하면서도 사용자는 하나의 슬라이서를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라클슬라이서는 소형 장비의 기준을 초대형 장비에 그대로 확대 적용하지도 않고, 대형 장비의 복잡한 개입을 소형 장비에 불필요하게 강요하지도 않는 폭넓은 실질 지원을 지향합니다.
기능보다 먼저 설명하고 싶은 것
새로운 기능 목록을 먼저 공개하면 기존 슬라이서와 항목별 비교는 쉬워집니다. 그러나 미라클슬라이서가 필요한 이유는 기능 하나의 유무보다 어떤 대상을 보고, 어떤 근거로 판단하며, 실제 장비에서 어떻게 검증하는가에 있습니다.
미라클슬라이서는 책상 위 이론으로만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실제로 운용 중인 Core-500과 Core-700에 연결해 출력물을 뽑아가며 외벽, 스킨, 인필, 브림, 라프트, 서포터, 시작과 종료 동작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경로와 뜨거운 노즐에서 재료가 실제로 쌓이는 결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대형 모델의 슬라이싱 시간을 수십 분에서 몇 분대로 줄인 병목 추적, 과도한 서포트 경로로 커진 G-code를 줄이는 구조 재설계도 거쳤습니다. 이런 숫자를 과장된 성능 광고로 사용하기보다, 왜 그런 문제가 생겼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구조를 만들었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출력에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그것이 미라클슬라이서가 지키려는 개발 원칙입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자본도 큰 개발팀도 없는 작은 제조업체가 독자 슬라이서를 만든다고 하면 무모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프린터를 직접 만들고, 수리하고, 출력하면서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고 사용자가 무엇 때문에 답답해하는지를 보아 왔습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작은 기능 하나도 실제 출력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서두르지 않고 확인하겠습니다. 언젠가 직접 사용해 보셨을 때 “작은 회사가 정말 이런 것을 만들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